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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3. 28. 13:12 좋은 책/작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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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우엘벡의 소설들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벡, 그가 쓴 소설의 제목들은 어쩐지 건조하게 느껴집니다. 아마 제목부터 그의 성향이 잘 나타나는 것 같은데요, 소설은 죽었다,라고 일컬어지는 시대에 다시 소설의 나아갈 바를 제시했다는 평가까지 어디선가(?) 받는다는 이 작가의 작품들은 개인의 일상을 다루는 오늘날 대다수의 소설가들과 달리 거대담론을 다룬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1. 소립자

 

소립자

발표 당시 프랑스 내에서 극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 그의 대표작으로 아버지가 다른 두 형제를 중심으로 현대사회와 성, 종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인물이나 에피소드들이 너무 극단적으로 묘사되어 있다고도 느낄 수 있습니다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어머니와 털복숭이 의사 사이에서 태어난 브뤼노는 할머니의 손에 크면서 살이 뒤룰뒤룩 찌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며 어린시절을 암울하게 보냅니다, 그는 정신과 의사를 앉혀놓고 주저리주저리 이야기 하기를 즐기면서 정신과의사는 당연히 돈을 받고 그런 일을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요. 성에 관심이 많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아버지의 외모를 닮아 인기가 없습니다. 그에 반해 어머니와 잘생긴 다큐멘터리 감독 사이에서 태어난 과학자 미셸은 외모는 매력적이지만 통 여성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에만 집중하면서 고립된 인생을 살아갑니다. 이 형제를 중심으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그들의 어머니를 본다면 그녀는 자식을 버리고 성에 탐닉하는 공동체로 들어가지요...

자, 무슨 소설인지 재미 하나도 없어 보이지요? 한마디로 정리하기가 힘든 그리고 정리하면 그 맛을 살릴 수 없는 소설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책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답게 몰락해가는 세기말의 징후를 온갖 주제들(사회, 성, 종교, 문화 등등)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개인사를 다룬 소소한 소설들에서 밀도가 떨어진다고,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거예요.

가끔 등장하는 뭔소린지 도통 모르겠다 하는 과학설명들은 쿨하게 그냥 읽고 넘어가자구요...ㅎㅎ  

 

 

2. 지도와 영토

 

지도의 영토

 

최근작으로 2010년 콩쿠르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표절시비에 걸리기도 했다는데, 인터넷 검색으로 나오는 내용들은 일부 그대로 가져다 사용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 작가는 그건 현대 예술의 한 경향일 뿐이다, 라고 반박했다고 하네요. 저는 책을 다 읽고나서 이런 이야기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실존 인물을 설명하는 단락에서 뭔가 이질감을 느꼈었는데 아마 그런 부분들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를 전해주던 분은 미셸 우엘벡의 답변에 공감을 표했고 실제 그런 경향이 여러 예술분야에서 나타난다고 합니다. 음...귀가 습자지처럼 얇은 저도 동의요! 인터넷문화가 발전하고 위키백과 같은 것들이 만들어지는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봅니다. 물론 더 큰 의미가 있겠지만 몰라요, 저는.

<지도와 영토>의 주인공은 현대 미술가 제드 마르탱입니다. 그의 예술활동은 3기로 나누어지는데요, 지도를 사진으로 찍어 예술로 승화시키기도 하고, 초상화에 주목하기도 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립니다. 그 와중에 자본주의 사회답게 많은 인물들이 그에게 뛰어들겠지요...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그의 예술의 최종점, 마지막으로 그가 주목한 것입니다. 저는 그 부분에서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읽어보실 분들을 위해 떠들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넘어갑니다.

어머니의 자살 이후 주인공 제드 부자는 소원해지고, 아버지는 제드에게 알리지도 않고 안락사를 선택합니다. 제드의 아버지를 통해 현대인의 고독한 죽음 그리고 현실에서는 버려야 할 무모한 꿈 등이 묘사되기도 합니다. 책장 속에 깊숙히 처박힌 상상도 못한 젊은 시절 아버지가 꿈꾸던 것들에도 마음이 많이 아립니다. 과연 나는 그런 꿈을 가진 적이 있기라도 했던가? 하며 반성을 하기도 했지요.

기존 작품들에 비해 표현에 있어서 유연해진 문체가 느껴지지만, 주제의식은 여전합니다.

 

 

3. 어느 섬의 가능성

 

어느섬의 가능성

 

자, 이제 그의 소설에 클론이 등장합니다. 미셸 우엘벡은 현대 사회가 몰락하고 있다는 굳건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 이르러서는 드디어 이대로 쭉 이어질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복제인간인 다니엘25는 별다른 욕망이나 감정, 타인과 관계를 맺는 일 없이 자신의 선조인 다니엘1의 생애에 대한 기록을 읽고 기억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다니엘2는 다니엘3은 다니엘24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다니엘25는 다니엘1의 삶을 바라보면서 두려움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발견해내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욕망이 없는만큼 안전한 세계를 벗어나 사랑과 그로인해 고통스러울 세상을 찾아 나서지요. 어쩌면 앞선 다니엘들도 그랬을지 모르겠습니다.

끊임없는 성에 대한 강박증, 노화가 그런 활동에 방해가 되는 현실, 노화를 늦추거나 영생을 원하는 인간들, 그리고 그런 꿈을 실현시켜주는 맹목적이고 어리석다할 만한 과학의 발전...

주름살 하나에도 호들갑을 떠는 오늘의 인간들을 보면 노화와 죽음을 우리들이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과연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대상일까요?

클론이라는 존재도 그렇지만 혹시 우리가 자식을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과연 이런 무의식은 없는지, 아이들을 완전히 나와 다른 한 인격체가 아니라 나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내 소유물처럼 간섭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동반자살의 희생자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하는 엉뚱한 감상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4. 투쟁영역의 확장

 

미셸 우엘벡의 첫 소설인데, 저는 앞서 소개한 책들을 다 읽고 마지막에 읽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조금 느슨하게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다른 책들에 비해 훨씬 더 쉽게 공감이 가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딱  지금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니까요.

제목<투쟁영역의 확장>은 현대인의 삶을, 외피를 벗겨내고 아주 근본적이고 잔인하게 표현했다고 볼 수 있지요.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들, 외국어를 공부하고 적당한 이성을 골라내고 하는 등등등의 모든 활동이 이 사회라는 영역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려 몸부림치는 바로 그것이니까요.

현대인의 대부분이 가지고 있을 우울증이 인정받는 프로그래머로서 나름 탄탄하게 살아오던 주인공에게도 닥칩니다. 그는 헤어진 여자친구나 해고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지만 모든 것이 절망적이고 우울할 뿐입니다. 생활은 점점 편리해지지만 인간관계는 줄고 얕아집니다. 그럴수록 인간의 내면은 황폐화되고 고독으로 가득차게 되지요.

우리는 오늘도 그저 뒤쳐지지않기 위해 정신없이 살아갑니다. 그러나 삐꺽 그 궤도에서 벗어나면 그대로 절망해버리지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니까요. 자, 이제 멈춰서서 생각을 좀 해봅시다. 우리의 선택이 사회가 강요하는 모든 것들이 과연 옳은 것인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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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파리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