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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3. 25. 16:04 좋은 책/작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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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첩보소설

 최고의 첩보소설 - 존 르카레

역시 모든 일에는 경험이 중요한 것일까요? 1931년 출생한 영국의 작가 존 르카레는 실제 영국의 첩보기관 MI6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지요.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상당수가 세계 첩보사에 한 획을 그은 실제 스파이들과 거의 일치하는 캐릭터를 갖고 있습니다.

1.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존 르카레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최고의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문학성을 인정받아 서머싯상, 에드거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의 작품들이 거의 그렇듯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졌구요.

책을 읽다보면 실제 배를린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는 작가의 경험이 어쩐지 많이 녹아 있을 것 같은 추측이 듭니다. 팽팽한 냉전의 시기였던 1960년대, 장벽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나누어진 독일의 베를린에서 영국 정보부 요원 리머스의 첩보망이 동독의 문트라는 인물에 의해 파괴된 후, 리머스는 문트를 제거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적들이 그에게 손을 뻗치길 기다립니다.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여인과 처하게 되는 상황들...너무 자세한 이야기는 소설을 읽을 흥미를 떨어뜨리겠죠.

스파이라는 직업이 필연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거짓들, 적진에 뛰어들어 목숨을 걸고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요원에게조차도 가리워진 진실들, 나라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철저하게 무시되는 한 인간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소설이었습니다. 이건 절대 단순한 첩보소설이 아니여... 

 

2. 팅거, 테일러, 솔저, 스파이

개인적으로는 존 르카레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책입니다. 게리 올드만이 스마일리로 나온 영화를 먼저 본 후 홀딱 반해서 원작을 찾아읽게 되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의 전 작품(한국에 번역되어 있는)을 읽는 계기가 되었죠.

두더지(이중스파이)를 잡아내기 위한 스마일리의 고뇌와 행적이 과거의 기록들, 말들, 사건들 그리고 기억들을 더듬어가는 형식의 내용인 점과, 꽤 두꺼운 두께 때문에 첩보소설치고는 다소 긴장감이 떨어다고 느낄수도 있습니다만 소설 속 스마일리와 호흡을 함께하며 차분히 읽어가다보면 사상의 대립이란 과연 무엇인가, 인간의 신념이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여전히 좌우의 대립이 극심한 한국이란 나라에서 과연 그 대립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타당한 것인가 등등 짧은 소견으로 감당하기엔 버거운 주제들과 조우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음...

 

3.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

작가의 데뷔작으로 스마일리가 처음 등장한 소설입니다. 스마일리는 자신이 면담한 외무부 직원이 자살한 사건을 조사하면서 뭔가 심상치않음을 느끼지만 그의 상관은 사건을 조용히 덮어두길 원합니다. 정보부라는 특수한 그곳 역시 대단한 애국심이나 사상, 신념이 지배하는 곳이기 이전에 그저 출세하려고 하고 상관의 눈치를 살피는 공무원들이 버티고 있는 평범한 조직사회일 뿐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등장합니다. 이에 반발하는 스마일리는 정보부를 나오고, 그에게는 불길한 징조들이 나타는데...  

공산주의자의 혐의를 받아 정보부의 요주의 인물이 된 사람, 그의 마음 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담겨있었을까요? 우리는 나라를 선택해서 태어나지 못합니다. 내가 속한 나라가 강요하는 사상이 나의 눈에는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다른 생각들을 들어볼 수도 있고 처음에는 그럴듯한 말들에 고개를 끄덕이며 사상을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건 애초에 금지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택을 했는데, 조금 깊이 들어가보니 이 역시 내가 찾던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사상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강요받은 사상도 내가 잠시 선택했던 사상도 어느것 하나 제대로 된 옳은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응징(예, 거의 대부분 보상보다는 비난이난 응징이 많지요)을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뭐...대충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책입니다. 역시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쉽지 않은 화두를 던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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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영원한 친구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냉전은 끝났다고 공식적으로 선언되면서 스파이소설은 아무래도 예전만 같지 못하게 되었겠죠. 존 르카레의 소설도 2000년대 들면서 많은 변화를 보입니다. 이데올로기의 횡포 속에서 희생당했던 인물들이 이제는 강대국의 패권주의 하에서 고통을 겪게 되는 상황이 된 거죠.

2003년도 작품인 <영원한 친구>는 온순한 인물인 테드와 과격한 사상가 샤샤가 과거 이데올로기 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온몸으로 관통해 온 두 사람의 우정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여전히 과거의 명분 속에 살고 있는 샤샤가 테드를 오랜 시간이 지나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그들의 비극적인 결말.

오랜 세월이 그려진 소설이니만큼 이 책도 두께가 꽤 되지만, 테드의 성장과정과 연애, 결혼생활까지 보통의 성장소설 못지않은 내용들도 들어가 있는만큼 지겹지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저에게 그의 소설은 모두 다 비극입니다만 이 책은 유난히 더 슬펐습니다.

5. 원티드맨

2008년작으로, 비교적 최근작이라고 할 수 있겠죠. 냉전의 시기를 잘 그려낸 그답게  냉전의 시대는 끝났다고 하는 지금, 각종 테러에 연루되어 한편으로는 부당하게 세계의 적으로 몰리고 있는 무슬림을 등장시키는 그의 탁월한 감각에 또 한번 감탄하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어딘지 불안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혼란으로 가득찬 눈을 한 이사라는 사나이가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그는 그저 처음 본 인상만으로 자신을 신고하지 않고 도와줄 사람인지 알아내야 하는 처지입니다. 그리고 그는 거의 기적적으로 그 일을 잘 해냅니다. 시민권을 받아야 하는 멜릭과 레일라 모자는 이사가 시민권을 획득하는 일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온 몸에 고문의 흔적과 불안한 정신의 이사를 집 밖으로 내치지 못합니다. 이사라는 청년을 두고 여러나라 정보부들이 벌이는 작전과 싸움들이 오늘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는 테러와 소탕작전들, 그 배후로 지목되는 사람들 등등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뉴스들의 이면에 자리한 진실은 무엇일까요? 
적이 없으면 그 정당함을 가끔 의심받기도 하는 국가의 독재와 군대와 정보부라는 집단. 공식적인 냉전이 끝난 세계에 적으로 늘 존재해야 할 테러집단, 흔히 미국이 테러집단이라고 명명하는 그 사람들은 사실은 어떤 자들일까요?

선량한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 거짓과 맹목적인 나라의 이익 앞에 은폐되고 어떻게 철저하게 이용되고 부서지는지 보여준 가슴아픈 소설이었습니다. 거대한 세상 속, 냉혹한 국가에 의해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레일라 모자는 물론이고, 이사라는 남자에 대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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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파리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