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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3. 27. 12:35 좋은 책/테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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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웃긴 소설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책을 만나는 일은 정말 기분이 상쾌해지는 일입니다. 게다가 한동안은 나를 괴롭히는 많은 일들이 실은 별것 아니라는 대인배의 마음까지 가지게 된답니다. 이런 책들의 공통점은 웃음으로써 우리가 일상에서 정색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모든 것들의 허위로 휘감겨진 껍데기를 벗겨내어  그 보잘 것없는 속살을 보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저 웃고 마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체험을 말하자면, 삶의 태도를 재정립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답니다.

 

1.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더글러스 애덤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진짜 너무너무 재미있는 책입니다. 합본을 보면 엄청난 두께때문에 감히 손이 안갈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정말 큰 실수하는겁니다. 두께에 비해 글은 빽빽하지 않은 편이니 하루에 조금씩 오늘의 유머를 읽는다 생각하시고 시작하시면 별 무리 없을거예요.

지구 조사차 나온 외계인 포드(이름이 왜 포드일까요, ㅎㅎ)가 자신을 데리러 오지 않는 우주선을 애타게 기다리는 와중에 지구종말이 닥치지요. 지구 폭파 직전, 한치 앞을 모르고 쓸데없는 고민에나 빠져있는 지구인 친구를 데리고 간신히 탈출한 포드, 그리고 시작되는 우주여행...

소설 속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상황도 모두가 깨알같이 재미있어서 연신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냥 재미만 있느냐? 아니죠, 온갖 심각한 주제들이 등장합니다. 정치는 물론이고 과학의 발전, 인간이 동물을 다루어 온 방식, 자본주의 그리고 육식에 대한 담론까지...하지만 전혀 무겁지않게 촌철살인의 감각으로 풀어냅니다.

이 책을 읽고 한때 "물고기는 고마웠어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요. 뭔 소린지 궁금해? 궁금하면 읽어봐~

지금 자신을 압박해오는 일상의 별의별 일들로 고민 중이신 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에이, 이까짓 것!" 하며 털어버릴 수 있을거예요. 삶에 대해서, 사람들이 심각하게 떠드는 모든 사건들에 대해서 더없이 유연한 시선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될 겁니다.   

 

 

 

2. 럼두들등반기 - W .E. 보우먼

 럼두들 등반기

 

우리에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책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산악소설이라죠, ㅎㅎ.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산악인들이 많지요, 목숨걸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그들을 보면서 숙연해지기도 하는데요, <럼두들등반기> 는 그런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전대미문의 높은 산, 럼두들에 도전하는 산악팀은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됩니다. 어디서 헤매고 있는지 얼굴보기 힘든 길잡이며 늘 자신이 아파 골골거리는 의사며 포터들과 의사소통이 안되는 언어전문가며...등장하는 모든 전문가들이 의심스럽습니다. 게다가 요리사는 정말이지 돌을 던져 못 따라오게 해야 할 만큼 그들에게 끔찍한 요리를 제공하지요...이들의 등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유명한 산악인들 곁에는 항상 무명의 셰르파들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실테지만 저 역시 이런 의문을 많이 품었습니다. '아니, 저분들은 요란스럽지 않게 높은 산들을 항상 타오지 않았나? 그런데 왜 역사에는 엉뚱한 이들의 이름이 남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가 봅니다. 책에 등장하는 시니컬한 포터들과 전문산악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깔깔거리며 읽다보면 어느새 그런 주제들에 녹아들게 됩니다.  
나를 우울하게 하는 사람들 속에 파묻혀있다면 이 책을 펼치세요. 무능력하고 잘 삐치는 그러나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과 함께 럼두들 산을 오르다보면, 주변의 인물들, 나아가 나 자신조차도 좀더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거예요. 

 

 

 모리미 토미히코

3.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 - 모리미 토미히코


작가 모리미 토미히코의 작품들은 따로 한번 묶어서 다룰 예정인데 우선 완전 웃기는 소설로 두 권 소개하겠습니다.

요즘 대학생들과 20대의 처지가 우울하다는 것은 이미 공론화된 사실입니다. 뭐, 일본도 예외가 아니겠지요.

다 쓰러져가는 옛날 집 넉장반의 다다미 방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주인공은 악랄한 친구 오즈와 옥신각신하거나, 오즈가 모시는 정체불명의, 그러나 어딘가 마음을 끄는 묘한 도사님과 마주치면서 하루하루 무료하고 영양가 없는 일상을 보냅니다.

자신의 좁은 방에서 뒹굴거리면서 밖으로 나가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던 그에게 어느날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아무리 문을 열고 나가도 그 문 밖은 또다시 내가 방금 나온 나의 방인 것입니다. 그는 그렇게 끊임없이 문을 열고 문을 열고 문을 열지만 계속 제자리입니다. 아, 여기서 굶어죽지 않고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요?

이 마지막 에피소드, 그러니까  늘 똑같은 방, 한 사람뿐인 등장인물, 무한반복의 상황에서 작가가 웃음을 자아내는 방식을 보면  가히 박수를 칠 만합니다. 짝짝!!

 


4. 연애편지의 기술 - 모리미 토미히코

 

외딴 바닷가 실험실에서 고독에 몸부림치던 주인공이 급기야 장래에 연애편지 대행회사를 차리겠다는 포부를 안고 지인들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뭐, 엄격하게 따지자면 이게 다인 책입니다.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들이 있기는 하지만 글쎄요...너무 자잘한 이야기라...음...줄거리라고 보기에도...음...

그러나 정말 웃기는 책입니다. 교훈을 얻을 생각않고 그냥 작가의 유머러스한 글솜씨만 보자고 감히 제안할 수 있는 책이지요.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있으니 줄거리가 뭐 어때서, 교훈이 왜 없어, 하고 기분나쁘게 생각할 작가의 팬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건 개인 취향이니 재미있는 책 읽으면서 서로 너무 빡빡하게 굴지는 맙시다. ㅎㅎ

모리미 토미히코는 교토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소설을 집필하는데, 그 도시가 꽤나 옛스러운 곳이라지요. 그래서인지 그의 문체는 사실 고급스러운 고어체라고 하는데요, 번역본으로 읽는 우리로서는 그 맛을 완전히 느낄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런 분위기가 은근히 풍기는 것은 감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그런 문체로 이런 웃기는 표현들을 해낸다는 것은 기존 작가와 확실한 차별성을 획득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지간에 편지글로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연애편지의 기술>, 참말로 재미있습니다. 

 

 

5. 보트 위의 세 남자 - 제롬 K. 제롬

보트위의 세남자

 

 

요건 1889년 출간된 책으로 완전히 옛날 그것도 영국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읽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너무너무 웃깁니다.

제목처럼 보트를 타고 여행길에 오른 세 남자, 그리고 개 한 마리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책은 소설이냐, 논픽션이냐 분류하기가 애매하다고 하는데요, 이런 책을 읽으면서 그런 논의를 하는 건 노! 노! 노! 그런건 인생에서 전혀 중요한 게 아니라구요...

세 친구가 모두 실존인물이고 여행도 진짜로 한 것이라 그렇다고 하지요.

백과사전에 나오는 모든 병은 다가진 몸의 소유자인 친구의 휴식을 빙자해 여행을 계획하면서, 조용하고 고즈넉하게 템스강에서 보트여행을 즐기려던 그들의 계획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자꾸만 흘러들어갑니다. 우여곡절 끝에 오른 보트 위에서도 여행은 순조롭지 않지요. 시간이 갈수록 엉망진창이 되는 그들의 여행이 독자에게는 더없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옛날 소설이 웃겨봐야 얼마나 웃기겠어? 하는 선입견으로 읽지 않는 사람만 손해!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자전거를 탄 세 남자>도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두 권 중 한 권만 읽으신다면 <보트 위의 세 남자>를 읽으세요. ㅎㅎ

 

 

 

6.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침공기 - 레너드 위벌리

 

약소국 그랜드 펜윅

 

어딘가 맹한 구석이 있는 처녀 군주가 다스리는, 지도에서 찾아내기도 조금 곤란할 정도로 작은 나라 그랜드 펜윅 공국은 갑작스런 인구증가로 인해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의회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데요, 그들의 경제를 지탱해왔던 것이 와인수출이었던 만큼 와인으로 이 상황을 타개해보려 하는(그러니까 와인에 물을 많이 섞어서 양을 늘이자는) 파와 그건 안된다고 반대하는 파로 나뉩니다.

그러나 그들이 찾아낸 해결책은 전혀 엉뚱한 것입니다.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서 얼른 항복해 구호물자를 받아내자는 것인데요, 그들은 당장 실천에 옮깁니다. 하지만 그들의 선전포고에 미국의 반응은 뭐야,이거? 이 수준이지요.

어딘가에서 얼핏 본 것 같은데...이 책이 한국에서 출판될 수 있었던 계기가, 번역자분이 우연히 헌책방에서 원작을 발견해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번역을 해서 출판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닌가...아니면 말고...

순진한 그랜드 펜윅 사람들의 단순한 발상들로 무지하게 재미있는 책이지만, 강대국과 약소국의 관계와 전쟁에 대한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품고 있습니다.

약소국 그랜드 펜윅 시리즈는 여러 권이 있는데요, 저는 이 책과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 두 권을 읽었습니다. 월스트리트 공략기도 완전 재미있습니다. 자본주의 경제를 비판하는 무거운 주제를 주식시장이라는 소재를 통해 역시나 단순하면서 경쾌하게 풀어내고 있지요. 심지어 자본주의 경제가 돌아가는 방식이 한 눈에 그려지기도 한답니다.

아마 책을 읽고나면 그랜드 펜윅으로 이민가고 싶을지도 몰라요...

 

 

7.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 - 모옌

모옌


 

말 많고 탈 많았습니다만 어쨌든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중국작가 모옌의 단편집입니다. 책 속에 실린 세 편의 소설들 모두 다 재미있습니다. 그의 소설 속에는 소소한 보통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그 하찮고 세속적이면서 한편 순진한 인물들이 우리들의 모습과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은 웃지만 다 읽고나면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하게 저리지요.

특히<삼십 년 전의 어느 장거리경주>에서 작가가 사용하는 수식어들을 보면서 저는 우와~진짜 최고다, 감탄했답니다. 짧은 소설 길이에 비해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고, 짧지만 강렬하게 인물들을 소개하는 그의 문장들이 놀라워요.

작가가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국가에 대해 친화적인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인해 과연 노벨상을 받을만한 인물인가에 대한 거친 비난이 있었지요. 노벨문학상이 특정 작품이 아니라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이라 아마 이런 비난이 더 거세게 제기되었던 것같습니다. 우리같은 일반 독자들이야 이런저런 상황은 잘 모르지만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것을 모른 척했다면 비난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특히나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도덕적인 잣대가 더욱 엄격한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요렇게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서 삶의 태도를 야들야들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지금의 저는...작가로서 모옌을 좋아할 수밖에 없답니다.

 

 

8. 지구영웅전설 - 박민규

 

박민규 소설

 

너무 외국소설만 소개한 것 같아 한국소설 하나 추가요~

박민규 작가는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봐야겠죠.  

<지구영웅전설>은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한 그의 데뷔작입니다. 물론 같은 해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한겨례문학상도 동시에 수상했으니 데뷔작을 둘로 봐야겠네요. 박민규 작가는 장편과 단편을 오가며 활발하게 글을 쓰고 계시지요. 음~

처음에는 삼미 슈퍼스타즈가 더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얼마 전에 두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았거든요, 그 결과 지구영웅전설이 더 웃긴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바나나맨은 나름 미국의 슈퍼히어로들과 한솥밥을 먹던 인물이었는데 어느 순간 내침을 당합니다. 그리고 그는 어린시절 그에게 아픔만을 주었던 한국 땅에서 영웅들과 함께했던 그 화려한 시절을 그리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갑니다. 그는 아메리카를 향한 그리움과 그로인한 현실의 우울을 햄버거를 씹으며 달래지요. 그나마 아메리카에서 산 덕분에 영어교사 자리를 보전하고 있지만 서른을 넘긴 한국인에게 정확한 R발음을 가르치는 일의 어려움에 몸서리치지요...

작가의 데뷔작인만큼 읽다보면 문장이 다소 거친 느낌도 없지않아 있지만, 제 안에 내재된 친미적인 성향을 곱씹으며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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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파리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