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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3. 31. 14:02 좋은 책/테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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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갑자기 사망할 수도, 심하게 다칠 수도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회복될 수 없는 장애를 갖게 될 수도 있지요. 가족 중에 혹은 가까운 사람 중에 장애인이 없다면 아무래도 '장애'라는 것이 멀게 느껴지고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처럼 생각될 수 있습니다. 네, 평생을 건강한 몸으로 살아가는 것은 분명 축복입니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분들을 보면서 그저 불쌍하다는 말밖에는 할 줄 모르고, 나는 사지육신 멀쩡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요정도 생각만 한다면 당신은 정말 못난 사람!!!

1. 마법의 조막손 - 선천성사지장애아부모회

마법의 조막손

 

일본 동화책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지요. 1985년에 선천성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들이 모여서 출판한 책으로 그 이후에도 오랜시간 많이 읽혀진 책이라고 합니다. 동화책답게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삿짱의 오른손에는 손가락이 없습니다. 삿짱은 소꼽놀이에서 엄마 역할을 하고 싶어 하지만 친구들은 끼워주지 않지요. 다툼이 일어났을 때도 상대 아이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을 수 없으니 여간 불리한 게 아닙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삿짱은 자신이 여느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아가지요. 그리고 활발했던 삿짱은 점점 침울해집니다. 동생이 태어나자 삿짱은 아기의 손가락부터 살피지만 자신과는 달리 손가락이 모두 붙어있지요. 삿짱은 어쩐지 또 상처를 받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본인이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쳐야  할테지요. 그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의 편견이나 차별이 심하지 않다면,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일도 조금은 덜 힘들 수 있지 않을까요?

 

2. 고마워하지 않을래 - 클로딘 르 구이크프리토

고마워하지 않을래

 

이번에는 청소년 소설입니다. 청소년만 읽으라고 청소년 소설인 건 아니겠죠, 성인도 읽으셔도 됩니다.

12살 테오는 두 다리와 한 팔을 쓰지 못합니다. 부모와 떨어져 특수센터에서 생활하는 테오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수많은 사람들(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센터의 어른들을 포함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합니다. 그는 "고마워요" 라고 인사를 건네는 일이 지겨워지지요. 그래서 더이상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으리라 결심합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들은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딱 좋지요. 테오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질책까지 당합니다.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은 헌신적인 분들이다....공동생활에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우리가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잘 그리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나요?

반면에 테오는 어떨까요? 새로 만난 스포츠 담당 선생님은 오히려 테오를 당황하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지내온 것에 익숙해진 테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것저것 요구하지요. 처음에 테오는 자기더러 혼자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서럽습니다. 하지만 결국 혼자 여러가지를 해내는 방법을 터득하지요.

은연중에 우리가 받아들인 '장애'의 정의, 말하자면 몸에 장애를 지닌 사람은 도움을 받는 소극적인 위치라는 선입견과 편견이 비장애인 장애인 가릴 것 없이 우리 모두에게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저 단순히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를 넘어서서 장애 그 자체를 좀더 편안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유연함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 속에는 테오의 어머니조차 테오의 동생 빅토르가 만약 자신도 '형처럼 장애가 있었다면...'어쩌고 하는 말은 아예 입밖에 꺼내지도 못하게 금지시키는 장면이 나옵니다.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너무 경직되어 있는 게 아닐까요?

책에는 테오의 섬세한 감정들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몸과 정신, 비장애인과는 다를 수 밖에 없는, 그래서 상당부분 포기해야 하는 어떤 것들에 대한 상실감을 받아들이는 것도 힘든 일일 것입니다. 거기에 사회의 냉정하거나 그저 동정에 그치는 시선까지 극복해야 하는 짐을 얹어주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는 장애아동을 키우고 있는 엄마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소설의 에피소드들이 억지스럽지도 않고 과장되지도 않습니다.

스포츠 담당 파트리스 선생님에게 테오는 자신의 한계가 너무 크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렇지 않아. 사실 한계치고는 별것도 아니야."

 

3. 어둠의 속도 - 엘리자베스 문

어둠의 속도

 

책이 좀 두껍습니다. 가까운 미래가 시간적 배경이구요, 자폐에 관한 소설입니다.

조금은 공상과학소설의 분위기도 풍기는 이 책은 자폐 증상이 있는 주인공 루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정상인처럼 행동하기 위한 교육을 받지만 그에게 그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순간 한순간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훈련(!)받은 것을 상기시켜야 합니다. 그들이 이렇게 행동해야 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정상인들에게 거부감이나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함이죠. 그는 오늘도 자신이 누군가를 답답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고, 주변에 화가 난 사람이 있는 것 만으로도 심장이 쿵쿵 뜁니다.

반면 그에게는 패턴을 분석해내는 놀라운 능력이 있지요. 그와 비슷한 사람들 몇 명이 같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데요, 그들에게 제공되는 작업환경에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상관은 그들을 못마땅해 합니다. 급기야 그들에게 정상인이 될 수 있다는 수술을 강요하지요...겁에 질리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정상인처럼 행동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그 모든 훈련과 일상의 피곤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루의 시선과 루의 생각을 따라 소설을 읽다보면 소위 정상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 알게 됩니다. 지금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지지요. 

"빛(별)이 내 눈에 닿기 위해 얼마나 오래 여행했는지- 수백, 수천 년- 부모님에게 들었을 때, 왜인지는 몰라도 위로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름다우면서 아련한 루의 감상이 제 마음에 깊은 울림을 던지네요.

어떤 면에서 이 책은 굳이 자폐라는 장애를 가진 한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오늘 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우리가 받은 교육, 다른 사람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 그리고 개성을 인정하지 않고 통제하기 편리하도록 모두 같아지기를 원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작가는 그런 의도로 쓰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읽는 사람 마음입니다.ㅎㅎ 

 

4. 오체불만족 - 오토다케 히로타다

오체불만족

 

이 양반 참...할 말을 잃게 만드는 구석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사지절단증이라고 설명되는 병을 가지고 태어났지요. 책 표지에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사진을 들여다 보면 금세 그가 어떤 장애를 갖고 있는지 훤히 보입니다. 정말 티없어 보이는 그 웃음은 진실일까요? 책을 읽어본 결과는 '그렇다'입니다. 책에는 유머가 가득하지요.

그의 몸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 특별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그에게는 큰 시련일 수 있지요. 그 한 예가 시험장에서 발생한 에피소드겠네요. 그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시험을 치르는 도중에 갑자기 요의가 다급하게 찾아오지요.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해온 시험이 '오줌'에 지고 말았다고 그가 한탄하는 이 장면에서 저는 그가 얼마나 건강한 사람인가 느꼈답니다.

작가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나중에 초등학교 교단에 서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 간다>라는 책에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가 한 사람의 교사로서 연구자로서 얼마나 진지하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지요.

그가 이토록 좋은 인상의 잘생기고 잘 배우고 유머러스한 여유있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은 본인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이 오히려 오늘의 그를 만드는 데 더 큰 역할을 했음이 분명합니다.

 

 

5.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 은진슬

은진슬

 

책표지에 있는 소제목: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은진슬의 아름다운 유리 주사위 놀이 

네, 시각장애인인 작가 은진슬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한국땅에 살고있는 시각장애인의 삶에 대해 쓴 글입니다. 물론 작가는 집안형편이 괜찮은 편이어서 보통의 시각장애인들이 걷게 되는 길과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그녀가 다니던 맹인학교의 일화들을 보면 오늘 이땅의 시각장애인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조금은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많은 제약들을 극복하면서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점자 악보를 기다려야 하는 지난한 과정, 네가 할 수 있겠냐는 편견에 찬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노력해온 날들...그녀는 회의에 찬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애써 왔지요. 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는 눈 때문에 사고를 당하고 그로 인해 더이상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우기는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그녀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주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도 그녀에게 큰 절망을 줍니다. 

그녀가 이런 절망감을 이겨낸 방법은 거창한 어떤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었지요. 자신이 더이상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다는 좌절로부터 그런 경험을 어디에서 살릴 수 있는지 찾아보는 것으로 삶의 방향을 약간 수정하지요. 그저 사람들의 의심과 걱정을 불식시키려는 피동적이고 우울하고 피곤한 삶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자신의 삶을 걷기 시작합니다.

보이지 않는 눈이 그녀에게 절대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닐 것입니다.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라는 말을 되뇌이는 작가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저는 어쩐지 그것이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녀의 속마음이야 우리가 완전히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그녀의 보이지 않는 눈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6. 함께 보면 보여요 : 시각장애인을 돕는 올바른 방법 - 조남현

함께 보면 보여요

 

얇고 그림이 많은 책으로 말 그대로 우리가 일상에서 시각장애인을 만났을 때 도움을 주는 바른 방법에 대해 설명해 놓은 책입니다. 다들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실용서이지만 이 짧은 책을 통해 시각장애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예요. 아울러 비단 시각장애인을 대할 때 뿐 아니라 보통의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얼마나 상대에 대한 배려없이 무심하게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입니다.

 

      알라딘 TT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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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파리2